가을이면 강원도 깊은 산에는 가래 열매가 익어서 떨어져 땅에 뒹군다. 알맹이가 호도를 닮았는데 호도보다는 더 작고 길쭉하게
생겼다. 돌맹이로 딱딱한 껍질을 깨트리고 먹어 보면 호도보다 맛이 더 고소하다. 가래나무 숲 아래서 잠시만 풀섶을 뒤져도 가래
열매를 한 자루 주울 수 있다.
가래 열매는 호도와 마찬가지로 폐를 튼튼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하며 기억력을 좋게 하고 머리를 맑게 하는 등의 효과가 있으나
민간의학에서는 가래 열매보다는 가래나무 껍질을 '추목피'라 하여 약으로 더 많이 쓴다.
가래나무 껍질은 항암작용이 뛰어나다. 전에 발목 부위에 피부암에 걸린 사람이 가래나무 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암 부위에 계속
바르고 조금 연하게 달여서 먹는 한편 가래나무 껍질과 잎을 짓찧어서 아픈 부위에 붙였더니 종양에서 진물이 계속 흐르다가 차츰
나았다고 했다.
이밖에 갖가지 암에 효과를 보았다는 사례가 있다.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가래나무 껍질을 대표적인 암치료약으로 쓴다.
가래나무 껍질은 만성장염, 이질, 간염, 간경화증, 요통, 신경통, 무좀, 습진같은 갖가지 피부병데도 효과가 뛰어나다.
나무껍질보다는 뿌리껍질을 쓰는 것이 더 좋으며 독이 약간 있으므로 한꺼번에 너무 많이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무좀이나 습진, 황선
같은 피부병에는 고약을 바르거나 진하게 달인 물로 아픈 부위를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