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방사능
link  미세스약초   2021-07-10

우리나라에 '떡'자 붙은 나무 이름이 많다. 떡갈나무, 떡느릅나무, 떡오리나무, 떡신길나무, 떡속소리나무 등등.
이 '떡'자 붙은 잎은 한결같이 넓고 또한 그 나뭇잎으로 떡을 싸먹었던 데 예외가 없다. 송편은 소나무잎에 엊어 찌기로 송편이다.
비단 나뭇잎뿐 아니라 떡쑥이니 떡수리치니 하여 떡쌀 속에 풀잎을 버무려 빚어먹기도 했다.

그래서 나뭇잎이나 풀잎에서 나는 독특한 향내를 얻기 위한 것으로만 알아왔다. 하지만 옛 선조들의 지혜는 그렇게 얄팍한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 첨단과학으로 입증되고 있다.

나무들은 제각기 성능을 달리하는 '피톤치드'라는 휘발성 물질을 방사하는데, 우리나라에 많은 떡갈나무와 소나무는 미생물을 살균
하거나 증식을 억제하는 피톤치드를 방사한다는 것이다.

백일해가 유행하면 잣나무 가지를 꺽어 방에 걸어놓는 습속이 있었는데, 이 잣나무과의 피톤치드는 백일해 같은 간상균에 강해 환자
방에 걸어놓으면 균이 10분의 1로 감소 된다는 것이다.

옛 선조들의 슬기차고 범연한 것이 없음에 놀라게 된다. 광엽수림에서는 헥타르당 2킬로그램, 침엽수림에서는 5킬로그램의 피톤
치드가 방사된다하니 산림 속의 공기정화력이 얼마만한가 알 만하다.

꽃끼리도 서로 좋아하고 서로 기피하는 상생상극의 짝이 있다는데 이 모두 피톤치드의 영향 때문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튤립과 측백,
장미와 백합을 한 꽃병에 꽂아주면 단독으로 꽂아두었을 때보다 곱절 오래 사는데 비해 라일락과 영란, 양귀비꽃과 난초를 한방에
꽂아두면 곱절 빨리 시든다는 것이다.

석가모니가 보리수 아래서 도를 깨치고, 공자가 소위 '공자의 나무'라는 해나무 아래로 굳이 제자들을 데리고 가 가르친 것이며,
예수 그리스도가 감람나무와 종려나무 가지로 움막을 짓게 하고 그 속에서 설교를 한 것이며, 소크라테스가 플라타나스 나무아래
를 거닐면서 철학적 사색을 한 것도 이 자율신경의 활성화와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배꼽의 한국학 (이규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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